Philip Goff와의 인터뷰 녹취록을 즐겨보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더럼 대학교 철학 교수이자, 의식(consciousness)에 관한 연구로 유명한 Philip Goff(@Philip_Goff)와의 인터뷰 녹취록을 소개합니다. Goff 교수의 주요 관심사는 의식이지만, 그는 현실의 본질에 관한 다양한 질문에 깊은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그가 가장 널리 알려진 이유는 바로 ‘범심론(panpsychism)’을 옹호한다는 점입니다. 범심론이란, 의식이 세상의 근본적이면서도 어디에나 존재하는 특성이라는 관점입니다. 불과 15년 전만 해도 범심론은 특별히 관심 받지 못하거나 비웃음거리였죠. 하지만 Goff는 이 이론을 주류 학계로 이끌었고, 지금은 학부수준에서도 가르치고, 다양한 학술지에서 활발히 논의되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Goff는 『Galileo’s Error: Foundations for a New Science of Consciousness』와 『Why? The Purpose of the Universe』 등의 저자이자, 학술 논문 50여 편을 비롯해 Scientific American, The Wall Street Journal, The Guardian, Aeon, Times Literary Supplement 같은 신문과 잡지에도 꾸준히 글을 기고하고 있습니다.
이 녹취록은 몇 가지 오타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에피소드가 2시간 이상 진행되다 보니, 사소한 실수를 다 찾아내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넓은 마음으로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방송 바로 듣기 및 시청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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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일부 미리보기
Tim Ferriss: Philip, 평소에는 잘 하지 않는 방식이지만, 오늘은 특별히 다른 인터뷰에 관한 질문으로 시작해보고 싶어요. 퓰리처상을 수상한 Gareth Cook이 진행한 인터뷰였죠. Scientific American 2020년 최고의 인기 기사 중 하나였는데요. 철학은 굉장히 추상적으로 느껴질 때가 많고, 실생활에 적용하기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분들도 많아요. 그런데 그 인터뷰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준 이유, 혹시 본인 생각에는 어떤 점이 있었을까요?
Philip Goff: 제가 무언가를 특별히 잘했다기보다는, 근본적으로 ‘의식’과, 제가 오랜 시간 옹호해온 ‘범심론’이라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여러 사람들의 감정에 닿는 관점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15년 전만 해도 범심론이라는 말은, 제 서양철학 전통 안에서는 누가 입 밖에 내기도 민망할 정도였어요. 그런데 정말 짧은 시간 안에, 전공과 관계없이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보게 되는 주제가 됐죠. 그 변화의 한가운데 있었던 건 정말로 놀라운 경험이었어요.
이렇게 많은 이들에게 호응을 얻었던 것은, 부분적으로는 환각제(psychedelic) 체험을 해본 분들이 흔히 “의식이 우주 전체에 흐르고 있다”는 식의 깊은 느낌을 갖게 되기 때문이죠. 사실 신비적 체험 관련 설문 중에는 “모든 사물에 살아있는 존재가 깃들어 있다고 느낀 적이 있는가?”라는 문항도 있어요. 물론 제 학문적 출발점은 그와는 좀 달랐고, 저는 오히려 의식의 수수께끼와 역설을 ‘차갑게’, 지적 논거로 풀어가는 입장이었죠. 하지만 내 글을 읽은 많은 이들이 ‘이게 뭔가 맞는 말 같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아요. 저 역시 그런 경험에 마음을 열고 있습니다.
Tim Ferriss: 범심론이라는 용어가 오해나 이미지 때문에 좋은 평을 못 받고 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해요. 마치 Patagonian toothfish가 ‘칠레산 농어’라는 멋진 이름으로 바뀌면서 대접이 달라졌듯 말이죠. 범심론 역시 새로운 이름이 필요한 건 아닐까요? 일단, 사람들이 흔히 애니미즘과 헷갈리거나 불필요한 해석을 덧씌우는 경우도 있어서, 좀 더 쉬운 언어로 ‘범심론’을 설명해줄 수 있을까요?
Philip Goff: 정말 좋은 질문입니다. 사실 제 친구 Annaka Harris도 “이름이 너무 구려서 탈”이라고 항상 농담 삼아 말하곤 해요. 하지만 이제 바꿀 수도 없는 일이고, 그냥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죠. 범심론은 간단히 말해, 의식이 현실의 가장 근본적인 구성요소들, 예를 들면 전자나 쿼크처럼 가장 기초적인 입자 차원에서도 극도로 단순한 형태로나마 존재한다는 관점입니다. 인간의 의식은 수천만 년에 걸친 진화의 산물로써 아주 복잡하고 풍부하죠. 하지만 양이나 달팽이처럼 더 단순한 존재로 내려갈수록 그에 상응하는 단순한 의식 경험이 있다고 보는 겁니다.
여기서 오해가 많이 생기는데요. 흔히 “전자도 우울한 월요일을 고민하나요?” 같은 질문을 받죠. 그건 전혀 아니에요. 인간의 의식은 특이하게 진화된 아주 특수한 양상이죠. 전자나 쿼크의 의식이란 건, 인간이 겪는 그런 감정이나 생각과는 무관한, 오히려 의미조차 없고 말 그대로 ‘단순한 감각(경험)’이 존재한다고 보는 겁니다.
Tim Ferriss: 그럼, 인간에서 양, 그리고 더 단순한 존재까지 내려가다 보면 결국 물, 바위, 나무, 심지어 그 구성 입자까지 내려가게 되는데, 각 존재들에 대한 의식의 존재 여부를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Philip Goff: 한 가지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는데, 범심론자라고 해서 무조건 ‘모든 것’이 의식이 있다고 믿는 건 아닙니다. 단어 자체는 ‘모든 것을 가진 마음’이란 뜻이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물질의 가장 근원적인 구성요소에 아주 단순한 형태의 의식이 깃들어 있다는 주장에 더 가깝죠. 요즘 물리학자들은 우주가 입자보다는 ‘우주 전체에 존재하는 장(fields)’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여기기도 해요. 이 견해까지 포함하면, 범심론의 한 형태인 ‘코스모심론’—즉, ‘우주 자체가 일종의 의식을 지닌 존재’라는 관점까지 나아가죠. 하지만 주의할 점은, 이것이 곧 ‘우주=신’이라는 의미는 아니라는 겁니다. 어쩌면 우주는 무질서하고 산만한, 아무 의미 없는 의식의 덩어리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아주 기초적인 단위에 의식이 깃들어 있다고 본다는 점이고, 그 위에 우리가 아는 동물이나 인간의 의식은 이 단순한 경험들이 쌓이고 조직되어 나타난 것으로 보는 것이죠. 흔히 학생들에게 “양말도 의식이 있나요?” 같은 농담을 하는데, 누군가 그 이야기를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렸던 기억이 나네요. 물론 그저 가볍게 웃으면서 넘어갈 이야기입니다. 그래도 일부 철저한 범심론자는 정말 모든 것이 의식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해요. 하지만, 테이블이 의식을 가진다 해도 그건 인간이 가진 것과는 전혀 딴판인 무의미하고 산만하고 분열된, ‘아무것도 아닌’ 의식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