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웨스트와의 인터뷰: 삶을 바꾼 철학 팟캐스트의 탄생
이번 인터뷰는 팟캐스트 Philosophize This!의 호스트이자 아버지이자 남편인 스티븐 웨스트(@iamstephenwest)와 나눈 대화의 기록입니다. 그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생각하라고 가르치려 하지 않습니다. 대신, 우리가 철학을 통해 다양한 관점을 접함으로써 자신의 생각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그가 지향하는 건 누구나 철학을 스스로의 삶에 비춰 인식하고, 질문하고, 인간적으로 체험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대화록은 2시간이 넘는 긴 인터뷰로 진행되어, 곳곳에 작은 오타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읽으실 때 그 흐름마저도 함께 즐겨주시면 좋겠습니다. 만약 오디오로 대화를 듣고 싶다면 애플 팟캐스트, 스포티파이, 유튜브 뮤직 등 다양한 플랫폼(이 링크)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영상은 유튜브(바로가기)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내가 고등학교를 자퇴할 줄은 몰랐다.” 유년 시절과 청년기
티모시 페리스: 스티븐, 오스틴에 와줘서 정말 반가워요.
스티븐 웨스트: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페리스: 먼저 제 친구 데이브 일리치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아마 그와 온라인 상에서 인연이 조금 있었던 것 같아요. 데이브가 최근 최근 ‘어틀랜틱’에 실린 당신 관련 기사를 보내줬는데, 그 글은 당신의 이야기뿐 아니라 사고와 철학을 새롭게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사실 저도 예전부터 팟캐스트를 들어왔죠. 그리고 이곳에서 함께 일하는 비디오그래퍼, 프로듀서도 당신의 방송을 챙겨듣는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습니다. 제 근처에서는 정말 잘 알려진 방송이죠.
웨스트: 와, 정말요?
페리스: 네. 그리고 당신이 쌓아온 그 커리어에 대해 꼭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어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앞서 언급한 일리치가 보내준 ‘어틀랜틱’ 기사 중 한 문장을 소개하고 싶어요. “11년 전, 스티븐 웨스트는 시애틀의 세이프웨이 창고에서 식료품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는 24살이었고, 16살에 고등학교를 자퇴한 뒤로 줄곧 스스로를 부양해 왔다.” 지금 저희는 그 시기로 잠시 돌아가 보려 합니다. 혹시 어린 시절 이야기를 조금 들려줄 수 있을까요?
웨스트: 물론이죠. 16살에 고등학교를 자퇴했다면 뭔가 일이 틀어졌다는 증거겠죠. (웃음) 기사에 쓴 토마스 채터튼 윌리엄스, 그의 글도 정말 대단한데요.
페리스: 정말 대단한 작가죠.
웨스트: 네, 정말 밀도 있는 글이에요. 아무튼 제 부모님도 다른 여러 부모님들처럼 나름의 문제가 있었어요. 누구나 그렇듯, 다들 자기만의 짐을 가지고 자라잖아요. 저는 샌디에이고에서 태어났고, 이후에는 군인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노스캐롤라이나와 앨라배마, 다시 캘리포니아 등 몇몇 지역을 돌아다녔어요. 9살 때는 몇 달 동안 집이 없어서, 결국 아동보호국(CPS)에 의해 거리에서 보호소로 옮겨진 적도 있습니다. 그 이후로도 가족들과 지내다가 여러 사정 때문에 장기 보호시설로 옮겨졌어요. 결국 워싱턴 주에 정착했고, 지금까지 그곳에 살고 있습니다.
페리스: 16살, 정확히 어떤 상황이었는지 궁금해요.
웨스트: 당시엔 딱히 갈 곳이 없었어요. 장기 보호시설에 있으면서 담당 보호사가 “워싱턴 주에서는 16세 이상이면 가출이 실종으로 접수되지 않는다. 그러니 진짜 여기가 도저히 맞지 않으면 네가 원한다면 나가도 신고는 하지 않겠다.”라고요. 그게 그때까지 받아본 제일 좋은 제안이었죠. 친구 차에서 잠을 자거나, 동료와 아파트를 공유하거나, 나중엔 당시 여자친구와 살기도 했어요. 그저 사람들은 어떻게든 살아가니까 저도 그렇게 했던 것 같아요.
페리스: 그때 당신의 일상은 어땠나요?
웨스트: 거의 일만 했죠. 모든 건 내가 어디 살지 결정할 수 있게 돈을 벌어야 했으니까요. 세이프웨이에서 식료품 포장 일을 시작했고, 조금 지나서 진열과 재고관리를 담당하는 ‘도우미 점원’으로 승진했어요. 그때 제일 큰 성취였죠. 하지만 시급으로는 생활이 어려워서, 바로 옆 가게인 조앤 패브릭스에서도 오전 4시부터 근무했어요. 새벽엔 조앤에서 실타래를 감고, 오후엔 세이프웨이에서 일했죠. 나중엔 창고로 옮기면서 시급도 올랐어요. 창고 일은 훨씬 힘들었죠. 하루가 끝나면 허리가 휘는 기분이 드니까요.
페리스: 그런 힘든 일을 하며 철학에 빠지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왜 철학이었죠? 수백만 가지 다른 장르나 작가가 있을 텐데.
웨스트: 저도 우연히 들어갔던 것 같아요. 당시 나는 삶이 혼란스러웠고, 학창시절 트라우마도 있었다는 걸 스스로 자각하고 있었죠. 그냥 그 상처를 주위 사람들에게 쏟아내며 살고 싶진 않았어요. 누군가 멘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방법을 몰라서 “역사상 가장 지혜로운 인물”을 구글에 검색까지 했었죠. 그때 플라톤의 고르기아스가 나왔고, 거기선 소크라테스가 시장에서 사람들을 붙잡고 질문을 쏟아냅니다. 거기에 완전히 빠져들었어요.
페리스: 흔히들 ‘철학’ 하면 어렵고, 이해할 수 없는 수수께끼만 말하는 학자들의 학문이라는 거부반응을 갖잖아요. 사람들이 철학을 좀 다르게 바라볼 수 있도록 정의를 내려볼 수 있을까요?
웨스트: 철학이란 ‘상식의 방해’라는 말이 있습니다. 세상을 보는 우리의 시각은 늘 임시적이고 변할 수밖에 없어요. 중요한 건 우리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내 생각과 관점을 바꿀 수 있느냐는 거죠. 철학은 그 가능성을 의도적으로 확장하는 훈련, 다시 말하면 ‘생각의 체육관’ 같은 겁니다. 그리고 이건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창고 노동자에서 세계적인 철학 팟캐스트로
페리스: 10시간 동안 일하며 오디오북을 듣고, 방송을 기획했다는 점이 정말 인상적이에요. 팟캐스트의 구상과 실행 단계에 영향을 준 ‘결정적인 책’이나 인풋이 있었나요?
웨스트: 솔직히 말하면, 페리스의 4시간 워크위크도 저에게 큰 영향을 줬어요. 이 책은, 그 자체로 진짜 철학 서적인지는 논란이 있겠죠. 하지만 기본 전제나 ‘가정들을 의심하는 방식’은 순수한 철학과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내 인생에서 무엇이 가능할지 다시 생각해보고,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질문하라고 이끌어줬죠. 저에겐 ‘팟캐스트를 할 수도 있다’는 상상을 심어준 책이에요.
페리스: 팟캐스트를 시작할 때, 영감이나 롤모델로 삼았던 사람이 있나요? 예를 들어 나는 댄 칼린의 하드코어 히스토리가 떠오르는데…
웨스트: 바로 그 댄 칼린이었습니다. 창고에서 몇 번이나 들으며 “이게 바로 내가 하고 싶은 방식!”이라고 생각했죠. 물론 그 스타일을 그대로 따라하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했어요. 이미 철학 관련 팟캐스트가 많았지만, 저는 조금 더 인간적이고 ‘번역자’처럼 쉽게 다가가는 방송을 하고 싶었습니다.
철학은 삶의 과정이다
페리스: 긴 시간이 지났고, “Philosophize This!”는 225편이 넘는 에피소드, 작가 후원(Patreon), 광고, 곧 출간될 책까지 거대한 생태계가 되었어요. 본인의 경험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나 실용적 철학을 찾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철학 흐름이나 팁이 있을까요?
웨스트: 모든 사람에게 철학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일상의 실천, 혹은 명상처럼 생활에 뿌리 내린 활동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철학은 내 생각과 세계관을 재구성하는 훈련 과정이지만, 그걸 당장 현실의 감정이나 불안에 적용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죠. 아주 실용적인 수준의 철학이 궁금하다면 헬레니즘 시대(에피쿠로스주의, 스토아주의, 회의주의, 키니코스학파)에서 출발해도 좋아요. 하지만 철학은 결국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다시 바라보는 힘’을 키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페리스: 저도 똑같이 생각해요. 그래서 스스로 “아모르 파티(Amor Fati)”라는 니체의 말—운명을 사랑하기—를 자주 떠올립니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걸 긍정하는 태도로, 좋은 일이든 그렇지 않은 일이든 현실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만으로도 일상의 흔들림을 다시 바라볼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되더라고요.